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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세월이란 사람들의 평범한 기억을 망각(忘却)의 세계로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흰

말이 사람의 아들을 낳았다’는 이 괴상한 사실은 영원히 사람들의 머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십오 년 후, 어느 겨울날.봉명장 후원에 있는 마구간 속엔 십오륙 세쯤 되어 보이는 소년이 우뚝

버티고 서 있었다.소년의 얼굴엔 때가 꾀죄죄하게 끼었고, 더부룩한 머리털이 함부로 엉클어져

있었다.겨울날, 매섭게 차가운 날씨인데도 소년은 다 찢어지고 낡은 중의 적삼을 몸에 걸치고 있었

다. 소년은 얼빠진 사람 모양 마구간 밖에 부슬부슬 내리고 있는 빗발을 시름없이 바라다보고만 있

었다.얇은 홑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소년은 조금도 추운 줄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꼼짝도 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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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버티고 서있는 소년의 두 눈은 날카로운 광채를 발사하며, 그 정신상태가 심히 또랑또랑해

보였다.한참 동안이나 마구간 밖에 내리는 보슬비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던 소년의 시선은, 차

츰차츰 멀리까지 높이 솟아있는 한군데 고루거각(高樓巨閣)으로 옮겨져 갔다.그 고루거각은 굉장

히 육중하게 지어진 건물이었다. 도합 오층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지붕마다 네 군데 삐쭉 나온

모서리에 네 마리의 봉황이 새겨져 있었다. 그 봉황들은 금방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듯한 모양으

로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제일 높은 지붕 꼭대기 정중앙에는, 키가 두 자나 되고, 전신을 순금으

로 만든 금봉(金鳳)이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이 금봉은 모가지를 길게 뽑고, 명랑한 음성으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울어대는 자세로 만들어져 있었다. 연기같이 뿌연 빗발 속에서도 이 금봉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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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번쩍번쩍 광채를 발사하며, 그 위풍과 아름다운 자태를 과시하고 있었다.비가 부슬부슬 내리

고 바람까지 부는 사나운 날씨여서 그런지, 고루거각은 층층마다 모조리 창문이 꼭꼭 닫혀져 있

었다. 단지 한 군데, 오층 누각의 이편 마구간과 정면으로 마주 대하고 있는 창문 하나만이 절

반쯤 열려 있었다.소년의 시선은 멀리 절반쯤 열려 있는 그 창문을 한참 동안이나 응시하고 있

었다.돌연, 그 소년은 가벼운 한숨을 땅이 꺼지도록 길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음성으

로 혼자 중얼댔다.”아하! 오늘은 비가 와서 아가씨께서 외출하지 못하시겠군!”말을 마치자, 소

년은 원망스럽다는 눈초리로 넓고 높은 하늘을 이리저리 휘둘러 봤다. 분명히 소년은 날씨가

좋지 않고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것을 저주하고 미워하고 있는 모양이었다.바로 이때.

초록색 의복을 입은 계집종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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