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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바로 그 소나무 밑에, 어떤 사람 하나가 귀신처럼 꼼짝달
싹도 하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얼굴은 삐쩍 말랐고, 두 팔이 유난히 길어 보였다. 오른손
은 소맷자락 속으로 움츠러뜨렸는데, 콩알만큼이나 조그만 두 눈에서는 무시무시하게 싸늘
한 광채가 발사되고 있는 늙은이였다.소나무 밑에서 두 장쯤 멀찍이 떨어진 곳에는 백발 동
안(白髮童顔)에 회색빛 옷자락을 멋들어지게 바람에 휘날리며, 불로신선(不老神仙) 여허(呂
虛) 노인이 서 있었다.불그스레한 얼굴에, 평소에는 언제나 싱글벙글 웃음을 띠고 있던 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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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 여허 노인은, 엄숙한 표정을 하고 묵묵히 앞만 노려보고 있었다.분명히, 소나무 밑에 서
있는, 얼굴이 삐쩍 마른 노인에게 비상한 경계심을 품고 있는 듯한 태도였다.얼굴이 삐쩍 마
른 노인은 가벼운 냉소를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흥! 여허! 내 뒤를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닌
까닭을 오늘 밤에도말하지 못하겠다는 건가? 자세히 생각해 보란 말일세! 세상사람들이 나
를 부르는 별명이 뭣이라는 것을‥‥‥‥”불로신선 여허 노인이 태연히 대답했다.”허 형(許兄) !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나는 잘 알아듣지 못하겠소! 우리들은 아무런 감정도 원한도 없는 사
이인데, 뭣 때문에 내가 허형의 뒤를 쫓아다니겠소!”일견사 허비가 징글맞은 웃음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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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뜨렸다.”우후후흥! 내가 모를 줄 알구? 이 며칠 동안, 자네는 악착같이 지긋지긋하게 내
뒤를 밟아 다녔지? 헤헤헤‥‥‥‥ 우리 방주님께서 봉명장 사람을 적대시하지 말라는 분부만
없었다면, 자네는 여태까지 목숨이 붙어 나지 못했을 걸세 ! 그러나 오늘 밤만은 어쩔 수
없이‥‥‥ 헤헤헤‥‥ 헤헤!”불로신선 여허 노인은 그 말을 듣자 좀 이상한 생각이 든다는 듯,
대뜸 반문했다.”허 형의 방주라는 분이 분명히 그렇게 분부했단 말이오?””아니, 이 일견사
가 자네같이 시시한 늙은 것이 겁이 나서 이런 말을 만들어 낸 줄 아나?””정말 그렇다면 내
가 너무 의심을 했었군!””뭣을 의심했다는 건가?”일견사 허비는 준엄한 음성으로 힐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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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듯이 추궁했다.불로신선 여허 노인은, 긴 한숨을 내쉬고 나서야 대답을 했다.”아미수
로가 실종되었단 말이오!””그따위 늙은 것, 진종일 잠만 자는 듯, 눈을 감고 비칠비칠하는
늙은 것이 없어졌다고 해서 그게 나하고 무슨 아랑곳이란 말인가?””하지만 나는 그 친구가
누구에겐가 살해당했다고 의심을 품어 왔소!””쓸모도 없는 시시한 늙은 것 하나가 죽었다고
해서, 뭐 그다지 야단법석을 할 것까진 없잖은가?””나는 그 까닭을 밝혀 내지 않을 수 없소!”
“그래서 그대는 내 뒤를 밟아 다녔단 말이지? 헤헤헤 ! 만약에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