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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삼매진화로 태운 헌원광은 조용히 심호흡을 했다. 풍진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 강호에 나와서 자신에게 처음으로 패배를 안겨 준 인물. 거기다 두 명의 노괴물
이 살아 있다는 소리에 약간의 놀람도 있었다. 풍진자가 말하는 두 형님은 분명히 그 당
시의 화산사검 중 두 명일 것이다.죽은 줄로만 알았던 풍진자의 편지에 화산파 전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다. 지금의 힘이라면 화산과 한 판 멋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
데, 명문이라는 이름을 실감나게 해주는 편지였다.’강호인들이 구파와 오대 세가는 무섭
다고 하더니…, 이것이 역사의 차이인가? 초일은 어떻게 해서라도 죽여야 한다.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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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산에 수하들을 풀자니 화산과의 일전이 걱정이구나. 그들이 살아 있다면 당연히
우리의 패배다. 풍진자는 접어두고라도 남 멍청이(남호) 또한 무시할 수 없고, 그렇다고
나의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을 만들 수는 없지. 내 동생들을 죽인 녀석이 버젓이 살아서 돌
아다닌다면 남들이 뭐라고 비웃을까. 그리고 사파의 우두머리를 자처하는 내가 풍진자
가 두려워 부하들을 돌린다면…, 생각하기도 싫구나!’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헌원광은 고
개를 흔들며 생각을 정리했다. 부하들은 돌아오게 한다. 화산파보다 정파의 압력이 들어
와서 그렇게 한 조치라고 말하면 자신과 집마전의 명성에 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초일은 용서할 수 없다. 그를 죽이기 위해 살수를 보내기로 정한 것이다. 헌원광
은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밀영대의 대주에게 말했다.”흑살대(黑殺隊)의 대주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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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간략한 말에 밀영대주는 그림자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흑살대는 집마전의 그
림자 격인 곳이다. 강호에 대놓고 하지 못하는 일들을 처리하는 곳으로 주로 살수들로
이루어져 비밀 임무를 수행한다.이런 어둠에서 활동하는 무사들은 어떤 세력이라도 가
지고 있다. 정파라는 무림맹과 천왕성도 특수한 무공을 가르쳐 사파에 침투시키는 일을
비밀리에 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흑살대의 대주는 바닥에서 갑자기
사람의 인형처럼 커지며 나타나더니 헌원광 앞에 무릎을 꿇었다.온통 검은색이며 두
눈만이 어둠 속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임무는 살인이다. 최고의 살수를 보낼 것이며
상대의 자료는 하오문에서 받아 가도록 해라.”헌원광의 간단한 말에 흑살대주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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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없이 바닥으로 스며들었다.얼이 빠진 듯한 표정으로 계곡을 바라보던 사내가 문득
고개를 들었다. 입고 있는 옷은 화산파의 매화가 그려져 있는 도복으로 얼마나 오래됐
는지, 아니면 아주 어릴 때 입은 것이라 그런 건지 소매와 다리가 짧았다.꼭 소매 없는
도복을 입은 약간은 우스운 모습이었다. 그 사내는 냇물에 하나의 둥근 통나무가 떠내
려 오자 몸을 날렸다. 아무런 소리도 없이 둥근 통나무 위에 내려앉은 사내는 아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