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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반 시진이 지나자 그녀가 붙었다. 초일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그때 그의 귓
가에 미세하지만 사람의 숨소리가 바람 소리처럼 지나갔다. 초일은 이정한을 옆으로 눕
힌 다음 왼손의 검을 천천히 가슴으로 모았다.천천히 검을 뽑자 하얀 검신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났다. 초일의 행동에 나무에 있던 인영들은 들켰다는 것을 알고 몸을 날렸다.
나무에서 갑자기 떨어지는 네 개의 인영과 초일의 상체가 일어나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그리고 빛처럼 생긴 작은 섬광 네 개가 초일의 몸에서 반짝였다. 전보다 더욱 빨라진 그의
쾌검이다. 초일의 검기가 지나가자 네 명의 흑의인은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을 했다.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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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빠른 쾌검도, 자신들이 숨어 있었던 사실을 들킨 것도 모두 믿을 수 없었다.그들은 집
마전의 일급 살수들이기 때문이다. 두 눈을 부릅뜨고 피를 뿌리며 네 명의 시체가 땅에 떨
어졌다. 그 소리에 이정한과 장항이 눈을 떴다.”뭐…, 뭐야. 헉……!”이정한은 잔인하게 죽어
있는 네 명의 시체를 보자 놀라 잠이 다 달아났다. 장항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일의 검은 형
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죽이려는 목적으로 휘두른 그의 검은 아무렇게나 찌르거나 베는
것이다.네 명의 시체 중 온전한 시체는 없었다. 머리가 잘리거나, 허리가 잘리거나 아니면
가슴에서 사타구니까지 두 동강이 난 시체였다. 피가 샘물처럼 땅에 물들었고 초일과 가까
이 있던 이정한의 백의에는 공중에서 뿌려진 피가 묻어 있었다.갑자기 진동하는 피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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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정한은 코를 막았다. 초일은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누구의 말처럼 고수일수록
상처도 검기의 자국도 없다 한다. 어디 혈을 찔러 죽이고 어디 혈을 때리고 어디 혈을
베는 그런 고상한 사람과 초일과는 거리가 멀었다.검은 사람을 베고 찌르기 위해 태어
난 것이다. 살고 죽이는 관계에서 탄생한 것이 검이다.그렇기 때문에 초일의 검은 잔인
했다. 어떤 자는 이럴 때 혈도를 찌르는 것이 더 좋지 않느냐고 물을 것이다. 피도 덜 보
고 깔끔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초일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혈도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죽을 고비에 처해 있는데 상대의 혈도를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고수라도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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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가 치명적인 혈인지 생각할 시간이면 고수 간의 대결에서는 이미 죽는 것이다. 생각할
필요도, 생각할 여유도 없는 것이다.이정한은 초일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보아 온 초일은 그저 조용한 성격의 남자였다. 하지만 피를 밟고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악
귀와 같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잔인하게 죽이고도 아무런 표정의 변화가
없는지 이해가 안 갔다.고수일수록 상대의 시체는 깨끗하다. 그것은 피를 많이 보는 것이
불길함을 부르고 사람의 도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일은 아무렇지 않게 검을
휘둘러 사람을 두 동강을 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