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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요행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인생이란 완전히 절망하기

전까진 살고 싶은 본능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어떻게 목숨을 살려 볼 길이

있지나않을까 해서 두려운 기색을 억지로 감추며 또 한 번 껄껄대고 웃어봤다.

“몸에 남다른 절기를 지니게 된 네가 시비 곡절을 모르고, 은혜와 원한을 분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심히 유감스런 일이다. 이 음화가 네몸의 탄지유형(彈指流

螢)의 수법에 목숨을 빼앗길지 모른다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 죽을 사

람은 아니다.”갑자기 들려 오는 이상스런 말에, 화려한 청년은 더한층 음화를 유

심히 노려보면서 준엄한 말투로 물어 봤다.”그것은 뭣을 의미하는 말이냐? 그

당년에 나를 모욕하고, 학대하고, 압박한 네놈의 죄과가 내 손에 죽어서 마땅

치 않단 말이냐?””그런 의미가 아니다.”음화는 억지로 웃으면서 대답했다.”그 당

년의 봉명장 형당에서 나는 너를 구해 줬지, 해롭게 하지는 않았다.””나를 구해줬

다구? 뻔뻔스럽게.””바늘 끝같이 가시 돋친 채찍이 처참했다곤 하지만, 만약에 그

당시에 내가 네놈의 사지를 찢고 배를 갈라 죽였다면, 네놈이 오늘날까지 살아 있

었겠느냐? 또 나를 만나 볼 수 있었겠느냐? 신영궁의 절학을 공부할 수도 없었을

게 아니냐?”화려한 청년은 그제서야 음화가 말하는 의미를 선뜻 알아차리고, 한바

탕 앙천 대소했다.”으하하하 핫! 핫! 그러고 보면 응당 내가 네놈에게 은혜를 보답

해야 할 판이구나?””감히 그런 것까지 바라진 않는다!”흥!”화려한 청년은 별안간

얼굴빛이 침통해지더니 다시 벽력 같은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이 교활하고 간

악한 놈아! 애당초에 네놈은 나를 지긋지긋하게 들볶아 죽일 작정으로, 날더러 우

리 유모의 소행을 실토하라고 협박공갈을 하고 강제로 말을 시키지 않았느냐? 그

때, 네놈은 내가 네 뜻대로 통쾌하게 죽을 줄만 알았지?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악

업(惡業)에 대해 보복을 받게 마련이다! 그것이 또 가장 공평한 일이다!”음화는

가슴속이 후들후들 떨렸다. 꾀를 부려 보려고 한 말이, 도리어 졸렬한 결과를 가

져오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극도의 공포심을 참지 못하고

또 한 발자국을 슬쩍 뒤로 물러섰다.그러다가 돌연, 화려한 청년의 등덜미에 있

는 높직한 언덕을 향하고 고함을 질렀다.”아! 마침 여 선배님께서 나타나시는군!

이놈이 바로 야광주를 훔쳐 간 도둑놈입니다!”화려한 청년은 평소부터 오음이란

놈들 가운데서 음화란 놈이 가장 간악하고 교활하고 꾀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개를 돌이켜 보려고 하지도 않고, 음화를 잔뜩 노려보고